AI가 우리에게 스며드는 방식
하루하루가 정말 빠르게 돌아간다. 새로운 모델, 새로운 기능이 경쟁적으로 쏟아진다. 코드를 짜고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뽑아낸다. AI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자극적인 홍보와 강의팔이도 넘쳐난다. 하지만 한 발짝만 밖으로 나와보면 세상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다.
대부분은 그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거나 한두 번 시도해보고는 쓸 곳이 없다고 말한다. 이게 현실이다. AI에 열광하는 사람들은 자신 같은 이들이 다수라고 착각하지만 그들은 0.1퍼센트에 불과하다. 매일 새벽까지 워크플로우를 자동화하고 API를 연동하며 기뻐하는 이들은 알고리즘이 만든 버블 속에 살고 있을 뿐이다. 나머지 99.9퍼센트는 가랑비에 옷 젖는 줄도 모른 채 변화를 맞이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이 AI가 인류에게 스며드는 진짜 방식이다.
배달 앱이 처음 나왔을 때 식당 사장님들은 코웃음을 쳤지만 이제는 플랫폼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다. 수수료 구조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플랫폼 위에 올라탄 뒤였다. 네비게이션도 마찬가지였다. 길을 잘 안다고 자부하던 베테랑 기사들은 기계를 무시했지만 카카오택시가 나오자 손님이 사라졌다. 기술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기술이 판을 바꿨다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패턴은 항상 같다. 처음에는 무시하고 다음에는 방관하다가 마지막에는 종속된다. AI는 지금 정확히 그 경로를 밟고 있다. 넷플릭스는 다음 드라마를 골라주고 쿠팡은 살 물건을 예측한다. 사람들은 이를 AI를 쓴다고 인식하지 않고 그저 기술이 편해졌다고 생각한다. 가전제품 속에 녹아든 보이지 않는 레이어로서 AI는 사람들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서 양극화가 일어난다. 하지만 이는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구도가 아니다. AI를 의식적으로 다루는 극소수와 AI 인프라 위에서 살아가는 대다수의 구도다. 플랫폼을 만드는 사람과 그 위에서 장사하는 사람 사이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격차가 존재한다.
코딩을 배우고 에이전트를 만들며 자동화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는 행위는 새로운 종류의 인프라를 깔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는 그 인프라 위에서 생활한다. 깔려 있는 인프라가 바뀌었다는 것을 체감하는 순간은 어느 날 갑자기 직업이 사라지거나 일의 가치가 폭락했을 때다.
AI가 우리에게 스며드는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