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비즈니스가 가고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온다

최근 스레드에서 이런 글을 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화의 중심은 온통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화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인 SaaS, 그리고 코드 없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바이브코딩 같은 기술적인 영역에 집중되어 있던 채널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런 기술적인 담론보다 더 뜨겁게 달궈지고 있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바로 커뮤니티다.

사람들이 모여서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고전적인 개념이 다시금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는 Skool이라는 플랫폼이 있다. 2019년에 설립된 이 플랫폼은 광고비를 거의 쓰지 않고도 5년 만에 연 매출 2,660만 달러를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전설적인 투자자로 불리는 알렉스 호모지 또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투자 중 하나로 Skool을 꼽았을 정도다. 기술이 이토록 눈부시게 발전하는 시대에 왜 사람들은 다시금 원초적인 커뮤니티 플랫폼에 열광하고 투자가 몰리는 것일까? 그 근본적인 원인을 파헤쳐 보면 결국 인공지능이 가져온 콘텐츠 가치의 하락과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콘텐츠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과거에는 텍스트 하나, 영상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자원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명령 몇 번으로 수준급의 결과물을 무한정 뽑아낼 수 있다. 정보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역설적으로 정보 자체의 가치는 0에 수렴하고 있다. 이제 단순히 좋은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는 인공지능과 경쟁해서 이기기 어렵다. 누구나 클릭 몇 번으로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사람들은 더 이상 정보의 소유 자체에 열광하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공지능이 절대로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진득한 연결과 소속감이다. 한 커뮤니티 관계자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사이 커뮤니티 매니저와 관련된 채용 공고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사람들은 화면 너머의 기계가 주는 정답보다, 나를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존재를 더 갈구하게 된다. 혼자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파편화된 사회 속에서 소속감이라는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비싼 몸값이 되었다. 비즈니스의 축이 단순히 콘텐츠를 파는 것에서 사람을 모으는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이동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에는 알고리즘의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단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콘텐츠보다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양방향 콘텐츠가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우선적으로 노출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독일의 한 세무 관련 회사조차도 커뮤니티 빌딩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어떻게 하면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을 만들지 고민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올 정도다. 결국 기술은 도구일 뿐,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의 핵심은 여전히 사람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이미 시중에는 수많은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경쟁이 치열한데 과연 새로운 커뮤니티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틈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이미 포화 상태라고 느껴지는 시장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 고민하는 목소리도 많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지금이 새로운 커뮤니티가 나오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본다. 기존의 거대 커뮤니티들은 덩치가 커질수록 본연의 색깔을 잃고 광고와 스팸, 무의미한 정보들로 오염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광활하지만 공허한 광장보다는, 작더라도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이 명확하게 공유되는 밀도 높은 골목길 같은 공간을 원한다. 취향이 극도로 파편화되고 개인의 개성이 중요해진 시대에는 대중을 겨냥한 거대 플랫폼보다 특정한 목적과 유대감을 가진 마이크로 커뮤니티의 힘이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정보가 넘쳐날수록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좁고 깊은 관계망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결국 미래의 비즈니스는 좋은 정보를 주는 곳이 아니라, 여기 와야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다. 인공지능이 만드는 가공된 친절함이 아니라, 사람의 투박한 진심과 공감이 오가는 공간 말이다. 앞으로의 커뮤니티는 단순히 모여서 노는 곳이 아니라, 개인이 성장하고 소속감을 느끼며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나 역시 이러한 변화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진정성 있는 사람들의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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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Eric Han

Posted on

2026/03/09

Updated on

202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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