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로 기술 부채 해결하기

AI가 코드를 작성하기 시작하면서 소프트웨어의 전반적인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의사결정권자들이 AI의 속도에만 매몰되어 나쁜 코드가 양산되는 것을 방관할 것이라는 공포다. 하지만 나는 이런 주장이 본질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AI 때문에 기술 부채가 생긴다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이해가 잘 안 간다. 우리는 오히려 AI를 활용해서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해묵은 기술 부채를 어떻게 청소할지 궁리해야 한다. 우리는 AI를 도구 삼아 이전보다 더 나은 코드를 만들 수 있다.

기술 부채는 보통 트레이드오프의 결과로 발생한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구현하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현재의 시간 제약 안에서 타협안을 선택하고 나중에 갚겠다고 다짐하며 넘어가는 식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빚을 갚을 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 사이먼 윌리슨의 글을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그는 기술 부채의 많은 부분이 개념적으로는 간단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서 방치되는 작업들이라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초기에 잘못 명명한 변수나 클래스 이름을 코드베이스 전체에서 수정하는 작업, 하나의 거대한 파일을 여러 모듈로 쪼개는 작업, 혹은 중복된 기능을 하나로 합치는 리팩터링 같은 것들이다. 이런 일들은 복잡하지는 않지만 수십 군데의 코드를 건드려야 하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일쑤다.

나는 이런 지점에서 AI 에이전트의 진정한 가치가 드러난다고 본다. 클로드 코드 같은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하면 이런 지루하고 소모적인 리팩터링 작업을 에이전트에게 맡겨두고 나는 다른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에이전트에게 특정 모듈의 구조를 바꾸라고 명령을 내린 뒤 백그라운드에서 작업을 수행하게 하고, 나중에 생성된 풀 리퀘스트를 검토하기만 하면 된다. 만약 결과가 좋으면 반영하고, 조금 부족하면 추가 프롬프트를 주어 수정하게 하며, 아예 엉망이라면 그냥 버리면 그만이다. 개선에 드는 비용이 이토록 낮아졌는데도 사소한 코드 스멜이나 불편함을 방치할 이유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기술 부채를 예방하는 또 다른 방법은 계획 단계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익숙한 기술이나 눈앞의 해결책에 매몰되어 더 간단하고 우아한 해결 방법을 놓치곤 한다. 이는 나중에 커다란 부채로 돌아온다. AI는 우리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는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특히 에이전트를 활용한 프로토타이핑은 기술 선택의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예를 들어 특정 데이터베이스가 수천 명의 동시 접속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면, 에이전트에게 부하 테스트 시뮬레이션을 구축하게 하여 직접 검증해 볼 수 있다. 단 한 번의 프롬프트로 이런 실험 환경을 구축하는 비용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게 되면서, 우리는 더 확신을 가지고 설계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다.

에브리(Every)라는 회사가 실천하고 있는 컴파운드 엔지니어링이라는 개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들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회고를 진행하고, 에이전트가 잘 수행한 작업이나 실패한 지점들을 기록하여 다음 실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삼는다고 한다. 이는 일종의 복리 효과를 가져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에이전트에게 전달하는 지침은 정교해지고, 결과물의 품질은 지속적으로 향상된다. 나 역시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이, 생성 비용이 낮아질수록 가치의 중심은 생성이 아니라 검증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믿는다. 코드를 작성하는 속도가 인간의 검토 속도를 추월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단순히 코드를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품질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과거의 코드 리뷰 방식으로는 AI가 쏟아내는 생산량을 감당할 수 없다. 통신 이론의 나이퀴스트-섀넌 정리처럼, 고주파로 생성되는 코드의 결함을 잡아내려면 그만큼 높은 주파수로 샘플링하고 검증해야 한다. 사람이 일일이 코드를 읽는 전통적인 리뷰는 이제 너무 느린 샘플링 방식이다. 대신 나는 여러 대의 AI 모델을 활용해 서로의 코드를 감시하게 하는 스위스 치즈 모델을 제안한다. 보안 전문 에이전트, 아키텍처 준수 에이전트, 성능 최적화 에이전트를 각각 배치하여 다각도에서 필터링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렇게 필터를 여러 겹 겹치면 단일 게이트가 놓칠 수 있는 구멍들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물론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조직 내부의 맥락이나 과거의 히스토리 같은 부족 지식은 여전히 인간 엔지니어의 영역이다. 하지만 엔지니어의 역할은 확실히 변하고 있다. 이제 엔지니어는 라인 단위의 코드를 타이핑하는 작가가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의 의도를 설계하고 에이전트가 활동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 즉 하네스를 구축하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저장소를 유일한 정보원으로 관리하고, 에이전트가 참고할 수 있는 지침서를 명확히 작성하며, 자동화된 검증 루틴을 확보하는 것이 미래 엔지니어링의 핵심 역량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AI가 기술 부채를 늘리는 주범이라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AI는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코드의 결함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수정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리팩터링 비용이 저렴해지고 테스트 자동화가 쉬워졌는데도 코드 품질이 낮다면 그것은 순전히 엔지니어의 의지 문제다. AI는 우리가 더 높은 차원의 설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궂은일을 대신 해주는 조력자다. 기술적 부채를 자동으로 정리하는 루틴을 확보하고 에이전트를 조율하는 능력을 키운다면, 우리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견고하고 아름다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책임은 여전히 우리에게 있다. AI가 쓴 코드라 할지라도 그것을 배포하기로 결정한 것은 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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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Eric Han

Posted on

2026/03/11

Updated on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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