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은 거짓말쟁이라는 주장에 대한 나의 생각

최근 Steven Wittens라는 개발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The L in LLM Stands for Lying’이라는 글을 읽었다. 그는 LLM이 하는 일이 본질적으로 위조(forgery)에 불과하며, AI를 통해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장인정신을 훼손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슬롭(slop)'이라고 부르며, 이것이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쓰레기 같은 코드를 양산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읽으며 그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본질과 현재의 기술적 진보가 가져온 생산성 혁명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의 주장은 낭만적인 장인정신에 매몰되어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부정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가깝다.

저자는 LLM이 위조품을 만든다고 비난하며 이를 반 고흐의 그림을 흉내 내는 가짜 화가나 위조 지폐에 비유했다. 하지만 코드는 예술 작품이 아니다. 코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이자 수단일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코딩이 예술적인 카타르시스를 주는 행위일 수도 있겠지만, 산업 현장에서의 코딩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공학적 프로세스이다. 반 고흐의 그림이 그 자체로 독창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고뇌와 영감을 담은 단 하나의 결과물이기 때문이지만, 코드는 실행되어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 소스가 AI에 의해 생성되었든 사람이 직접 타이핑했든 상관없다. 저자가 모방이나 모조의 비유를 든 것 자체가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을 공학적 접근이 아닌 순수 예술의 영역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게다가 우리가 AI 시대 이전에는 아무런 참고 없이 백지상태에서 코드를 짰던가. 절대 아니다. 모든 개발자는 기존의 코드베이스를 뒤지고, 구글링을 하고, 스택오버플로우(Stack Overflow)에서 답변을 복사해서 자신의 프로젝트에 맞게 수정하며 살아왔다. 오픈 소스 라이브러리를 가져다 쓰고 프레임워크의 규칙에 따라 코드를 작성하는 행위는 이미 거대한 모방의 연속이었다. 우리는 이것을 '코드 재사용’이라는 이름으로 적극 권장해왔다. 남이 만든 바퀴를 다시 발명하지 말라는 격언은 개발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가치였다. 그런데 이제 와서 AI가 학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코드를 생성해주는 것을 '위조’라고 비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AI는 단지 스택오버플로우를 검색하고 문서를 읽는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해준 도구일 뿐이다.

저자는 또한 AI로 코딩을 하는 사람들이 10배, 100배의 생산성을 낸다는 주장에 의문을 표하며, 실제 결과물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고 폄하했다. 하지만 기존과 똑같은 결과물을 10배, 100배 빠르게 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바로 생산성의 정의이다. 예전에는 일주일이 걸렸을 기능을 이제는 단 몇 시간 만에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면, 남은 시간에 개발자는 더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을 고민하거나 아키텍처를 개선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생산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더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더 빠르게 실패하고 더 빠르게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저자가 말하는 '결과물이 똑같다’는 말은 현대 자동차 공장에서 로봇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보고 '사람이 만들 때나 지금이나 자동차인 건 똑같은데 무슨 생산성이냐’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버그가 많아지고 클린하지 않은 코드가 늘어났다는 지적도 사실 선후 관계가 바뀌었다. 질 낮은 코드와 버그는 AI가 등장하기 전에도 늘 존재했다. 과거에도 실력 없는 개발자는 스택오버플로우의 답변을 이해하지 못한 채 복사해서 버그를 양산했다. 지금 우리 눈에 '슬롭’이라고 부르는 코드들이 더 많이 보이는 이유는 전체적인 생산 총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코드가 생성되는 속도가 인간이 검수하는 속도보다 빨라졌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지, AI 자체가 저품질의 근원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높은 생산성을 관리하고 검증할 수 있는 인간의 역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지, 생산성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도구가 좋아졌다면 그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숙련도와 책임감도 함께 올라가야 하는 법이다.

시니어 개발자들이 AI를 쓰며 '바이브 코딩(vibe-coding)'을 한다고 조롱하는 대목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경험이 풍부한 개발자들은 AI가 내뱉는 코드 중에서 무엇이 유효하고 무엇이 위험한지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AI를 사용하는 것은 사고를 중단한 채 오토파일럿에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기계에게 맡기고 자신들은 더 높은 수준의 의사결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훌륭한 목수는 전동 드릴을 쓴다고 해서 자신의 기술이 퇴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전동 드릴 덕분에 더 견고하고 복잡한 가구를 더 빨리 만들 수 있게 된 것을 기뻐한다. 저자가 말하는 방식대로라면 우리는 여전히 어셈블리어로 코딩을 해야 하고, 모든 라이브러리를 직접 구현해야만 '진정한 개발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논리에 도달하게 된다.

저자는 AI가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코드를 가져오는 것을 '표절’과 '거짓말’로 규정했다. 하지만 현대 소프트웨어 생태계 자체가 거대한 공유와 재사용 위에 세워져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들은 이미 수만 명의 기여자가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AI가 학습한 데이터는 그 거대한 지식의 바다에서 추출된 패턴이다. 물론 저작권이나 라이선스 문제는 법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부분이지만, 그것이 AI의 효용성 자체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개발자들은 언제나 더 효율적인 도구를 찾아왔고, AI는 그 진화의 정점에 있는 도구이다. 소스의 저자가 생산성이 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것은 정말 한심스러운 일이다.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태도는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이들의 전형적인 방어 기제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결과물이다. 사용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AI로 짜였는지, 사람이 밤을 새워 한 땀 한 땀 코딩했는지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나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는지뿐이다. 개발자는 예술가가 아니라 해결사여야 한다. AI라는 강력한 무기가 주어졌다면 그것을 어떻게 더 잘 활용해서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지 고민하는 것이 진정한 프로의 자세다. 장인정신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새로운 기술을 깎아내리는 것은 개발자로서의 성장을 가로막는 지름길일 뿐이다. 나는 AI가 가져온 이 폭발적인 생산성의 시대가 오히려 즐겁다. 우리가 상상만 하던 것들을 더 빨리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왔기 때문이다. 저자와 같은 회의론자들이 '거짓말’이라고 비난할 때, 깨어 있는 개발자들은 AI와 함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있다. 시대는 변했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인들은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LLM은 거짓말쟁이라는 주장에 대한 나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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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hor

Eric Han

Posted on

2026/03/06

Updated on

202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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