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혼자서는 경쟁에서 내려올 수 없다
AI 시대의 과로 문제를 경영자 대 노동자 구도로 보면 본질을 놓친다. 누구도 스스로 브레이크를 밟을 수 없는 게임이 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AI로 하루 분량의 일이 한 시간이 됐다고 해보자. 한 회사만 남은 일곱 시간을 휴식으로 돌리면, 그 시간을 성장에 쓰는 회사에 밀린다. 경영자의 선의와 무관하게 경쟁하는 한 생산성 향상은 여가보다 다음 경쟁으로 먼저 돌아간다. 어제의 효율화가 오늘의 기준선이 된다. 과거 토요 근무도 비슷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쉬기로 합의한 것이 아니라, 법과 사회 규범이 모두가 동시에 속도를 늦출 환경을 만들었다.
국가의 역할은 기업을 악역으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는 내려올 수 없는 경쟁에서 다 같이 내려올 규칙을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AI 시대는 더 까다롭다. 노동시간이 같아도 업무 밀도만 몇 배가 되거나, 24시간 돌아가는 에이전트에 사람만 상시 호출될 수 있다. 20세기가 노동시간에 상한을 만든 시대라면, 21세기는 일의 밀도에도 어딘가 제동을 거는 시대가 될지도 모른다.
아무도 혼자서는 경쟁에서 내려올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