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장에는 천재가 오지 않는다는 법칙이 끝난다
인간의 전문지식은 오랫동안 경제 합리성에 묶여 있었다. 환자가 많은 병에는 연구자가 모이고, 사용자가 많은 언어에는 교재와 번역가가 모이고, 큰 산업에는 엔지니어가 몰린다.
반대로 희귀질환, 작은 언어, 틈새 제조업, 지역 고유의 법률 같은 영역은 아무리 중요해도 시장이 작으면 최상위 인재를 배치할 수 없었다. 인류는 지능을 필요성이 아니라 채산성 기준으로 배분해 온 셈이다. 그런데 단일 영역에 극단적으로 특화된 AI를 싸게 만들 수 있게 되면 이 제약이 무너진다. 환자가 수천 명뿐인 병에도 연구 AI를 1000개 붙일 수 있고, 수만 명이 쓰는 언어에도 최고 수준의 교사를 둘 수 있다.
한 번 만든 전문 지능은 복제된다. 그 자리에서 일해 줄 전문가를 찾아다닐 필요조차 사라진다. 전문 AI의 진짜 충격은 대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아니다. 지금까지 지능을 배정하기에 너무 작았던 문제들이 전부 탐색 대상이 되는 것이다. 범용 AI가 지능을 싸게 만든 다음, 전문 AI가 할 일은 세계의 롱테일에 초고도 지능을 뿌리는 일이다. 다음 100배에서 가장 크게 변하는 곳은 최첨단 산업이 아니라, 충분히 똑똑한 사람을 놓을 수 없었던 세계의 구석일지 모른다.
작은 시장에는 천재가 오지 않는다는 법칙이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