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모르는 모델이 내 최애가 되었다
OpenRouter에 소속도 이름도 공개되지 않은 스텔스 모델 하나가 올라왔다. Ox Alpha. 며칠 붙여 써본 결론은 단순하다. 응답이 빠르고, 결과물의 수준이 기대 이상이다. 지금은 무료로 열려 있어서 가격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데도, 나는 이번 주 작업 대부분을 이 모델에 맡겼다.
재미있는 건 모델보다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공개된 직후부터 이게 어느 회사 모델인지 단정하는 글이 쏟아졌다. 중국 오픈소스 계열이라는 주장, 서양 연구소의 사후 훈련 버전이라는 주장이 동시에 돌았다. 나 역시 추측은 있다. 하지만 추측은 추측이다. 확인되지 않은 소속을 근거로 성능을 미리 깎거나 올려주는 건 판단의 순서가 뒤집힌 것이다.
내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값은 세 가지뿐이다. 응답 속도, 내가 만든 테스트의 통과 여부, 그리고 비용. 이 셋은 라벨이 없어도 측정된다. 반대로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가는 오늘 내 작업 결과를 조금도 바꾸지 못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후자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브랜드가 성능을 대신 보증해주던 시절에 굳은 습관이다.
그래서 스텔스 모델은 오히려 드문 기회다. 이름을 가린 상태로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로고를 보고 점수를 주는 편향이 강제로 제거된다. 정체가 밝혀진 뒤 같은 결과물을 다시 보면, 우리가 얼마나 이름값에 기대어 판단해왔는지 드러날 것이다.
전략은 명확하다. 무료로 열려 있는 동안 실제 업무에 최대한 많이 쓴다. 정체가 공개되면 그때 가격표를 보고 계속 쓸지 결정한다. 이름은 나중에 붙고, 결과는 지금 나온다.
이름을 모르는 모델이 내 최애가 되었다